WORK

발명의 근본

0hee 2007. 4. 21. 09:14
얼마전에 프로그래머의 위기지학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오늘은 위인지학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몇 년 전에 대학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프로그래밍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잘하려면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봐야 된다고 하지만, 숙제 외에 도대체 무엇을 프로그래밍할 것인지 몰라 헤매고 있는 후배가 있는 것 같아 쓴 글입니다.

그 글에서는 대략 네 개의 단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것,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가까운 것(위기지학)을 만들라고 합니다. 세번째 단계는 타인을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은 타인"들"을 위한 것입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모두 (위기지학에 기반한) 위인지학으로 묶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16일에 우연히 TV에서 아주 독특한 발명가를 봤습니다. <한중일 소문난 저녁>이라는 프로그램인데 한중일 삼국의 독특한 문화, 사람을 소개하는 가벼운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입니다. 그날은 유머 바이러스(다시 보기 가능)가 주제였습니다. 눈으로 붓글씨를 하는 사람이 소개되고, 다음으로 닥터 나카마쓰(Dr. NakaMats)라는 발명가가 나왔습니다. 대단치 않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건성으로 보고 있었는데 아! 영원히 잊지 못할 말을 들었습니다.

우선 닥터 나카마쓰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는 PingMag)

네. 이분입니다(전 이 사진만 보면 유쾌해집니다). 닥터 나카마쓰가 처음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그마치, 플로피 디스크, 하드 디스크, CD, MD, 디지털 시계 등을 포함합니다. 전세계에서 IBM과 가장 많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있는 개인이라고 합니다. 에디슨은 평생 1093개의 발명을 했다는데 이분은 방송에서 말씀하시길 지난 주에 3333번째 발명을 했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PingMag을 참고하세요.

카메라가 이분의 작업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신기한 발명품들을 비추면서 지나가는데, 나이 든 여성분의 커다란 흑백 사진이 벽면에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닥터 나카마쓰의 어머니이신 듯 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발명 인생 시작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부엌에서 간장을 작은 그릇으로 옮기는데 너무 어려워 하시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위해 간장 펌프를 발명했다고 합니다. 일명 자바라 펌프.


(출처는 상동) 



여러분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이 펌프가 닥터 나카마쓰의 발명품인줄은 정말 모르셨을 겁니다. 그가 중 2 때 발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눈에는 약간의 물기가 젖어 있더군요.

"발명의 근본은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마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죠. 이 (펌프의) 경우, 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자,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자는 마음이 작용했죠.

"유머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보는 프로그램 치고는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 가슴 한켠에서 뭔가가 울컥 북바쳐 오더군요. 방송에서는 뭔가 사기스러운 분위기로 보여지긴 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 말만큼은 정말 진실된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TV 방송을 보자 마자 이분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분이 저술한 책 두 권이 마침 번역된 것이 있어서 구해서 읽어보기도 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시 무엇을 프로그래밍할 것인가와, 남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면,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프로그래밍의 근본은 사랑입니다.

--김창준

출저:http://agile.egloos.com/322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