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UX

초보 리눅서가 문서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

0hee 2007. 4. 18. 08:15

리눅스는 오픈 소스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오픈 소스에서의 소스는 프로그램으로서,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유용한 자료이며,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오픈 소스 혹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결과물을 사용하여 이득을 얻고 있으며,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오픈 소스상에서는 우리가 다른 어떤 프로그램을 구입했을 때 따라 오는 것과 같은 완벽한 매뉴얼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면 동호회나 다른 고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언제나 간단한 일만은 아니며, 사실상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해답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관련 문서를 찾아보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리눅서들이 개발자가 아닌 사용자로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의 사용기, 설치 후기부터 시작하여 자세한 매뉴얼까지 다양한 종류의 참고 문서를 내놓고 있으며, 혹은 개발자 스스로가 그런 문서를 내놓기도 한다. 물론 차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면 그와 같은 대열에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우리는 먼저 선배 리눅서들이 작성한 문서를 통하여 리눅스의 세계에 더욱 발을 들여 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아마 리눅스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시는 분들일 지도 모르며, 대부분은 나보다 훨씬 더 오래 사용하신 분으로서 "그래,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실 지도 모른다. 요즘은 보통 리눅스가 있다고 하니까 깔아 보시고, 설치를 마치고 나서는 리눅스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이것저것 만져 보다가 혹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혹은 무엇인가 설치를 하고 싶어 지는 경우도 생겨 물어볼 곳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리눅스 입문 순서인 것 같다. 이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혹은 동호회의 게시판에 올리거나, 아니면 그런 동호회의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 질문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방법들이 있는데도 굳이 문서를 찾아 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일종의 "민폐" 이기 때문인 것이다.

정말 문서를 안 찾아보는 사람들 중에는, 주위에 뭘 물어보면 바로바로 대답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사람도 바쁠 때가 있다. 개인적인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정말 급한 일이 있거나 혹은 약속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당신의 일이 급하니까, 지금 이게 잘 안되니까 이걸 해 내라고 그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가?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못 할 일일 줄 알았지만 정말 그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브리태니커 백과와 kldp의 모든 문서를 머리에 넣고 다니는 비서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실력자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시간이 약간 빌 때 우리를 도와 주고 싶어하는 것 뿐이다. 호의를 가진 사람을 들볶아 봐야 남는 것 없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도 자꾸 그러는 사람이 있다면? 열에 아홉분 정도는 도망갈 것이고, 정말 너무너무 착한 한분 정도는 계속 답을 주실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나도 바쁘단 말야." 하고 말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모든 분들이 옆에 언제나 그런 질문을 해도 대부분 대답을 해 줄만한 거런 고수가 옆에 있는 행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했고, 어서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져야만 할 때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게시판에 질문을 올리는 방법이다. 실제로 통신 동호회의 질문과 답변 게시판이라던가, 많은 리눅서들이 모이는 적수네 동네와 같은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여러 건의 문서가 올라오고 있다.

물론 많은 리눅서들은 올라오는 질문에 관해 답변을 해 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짧은 답변이 보통이다. 질문을 하는 입장에서는 한 페이지 가까운 자세한 답변을 받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답변해 주는 사람은 이것이 생업이 아닌, 짧게라도 도움이 되는 답변을 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일이다. 결국은 초보자에게는 쉽지만은 않겠지만 나는 해결을 한, 그리고 가급적이면 10줄 안쪽으로 답을 달아 줄 수 있는 질문에 답을 달아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이상의 답변이 필요한 것이라면 문서를 찾아 보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그런데, 요즘 올라오는 질문들을 보다 보면 때때로 어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김정균님의 문서인 HOWTO For Beginner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답변을 메일로 보내 달라던가, 혹은 답변이 성의가 없다고 짜증을 내는 태도 등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질문일 수록 내용이나 제목 검색을 해 보면 꼭 관련 문서가 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빈번히 일어나는 일로서, 사람이 많이 오니까 내 질문에 답해 줄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순진한(?) 의도에서인지, 자유게시판에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꼭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운이 좋다면(?) 누군가 답을 달아주면서 "질문은 질문 게시판에 하세요!" 하고 적어 놓겠지만, 보통 그런 글은 삭제당할 운명에 처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고는 글이 삭제되면 "내 글을 멋대로 삭제하다니!" 하며 분노할 지도 모르고. 그러나 먼저 룰을 어긴 사람은 엉뚱한 게시판에 질문을 남긴 쪽이다. 불만을 가질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혹은 누군가가 답변을 달아줄 지 걱정이 되었을 때 사람들이 흔히 하는 방법이 바로 리눅스를 그래도 잘 쓰는 것 같은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때도, 사람을 상당히 황당하게 하는 메일이 있다.

(도대체 뭘 보고 나에게 메일을 보내는 건지는 알 수도 없지만) 다짜고짜 무슨 프로그램을 쓰는데 안 된다고 생떼를 쓰는 것 까지는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는 만큼 답을 달아주거나, 혹은 kldp의 관련 문서 링크를 보내 주곤 한다. 혹은 나의 허접한 피조물들에 관한 메일이라면 얼마든지 성의있게 답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메일이다. 무작정 질문을 보낸 것도 좋다. 하지만 무슨 문서를 찾아 달라고 메일을 보내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일까? 혹은 꼭 도와 주세요~~~~ 하면서 메일의 cc 란에는 여기저기서 메일 주소로만 뵈었던 분들의 메일 주소가 여남은 개 딸려 오는 메일을 보고 답변을 해 주고 싶을 정도의 성인군자 리눅서가 계시다면 할 수 없지만, 보통은 정말 대답 달아주고 싶지 않은 케이스이다.

또 한가지. 본인은 지금 학생이라 덜 바쁜 축이라고는 해도 웬만한 메일은 넘겨 버려야 할 만큼 바쁜 때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예를 들면 중간고사 한참 바쁠 때 이것저것 부탁만 가득한 메일을 보내 놓고는 대충 시험기간 끝나서 답변 메일 보내 줘야지 하고 생각할 때 쯤, 왜 그렇게 성의도 없고 사람을 무시하냐는 식의 메일이 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학생도 그런 판에 하물며 정말 바쁘신 분들이라면? 메일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답변할 의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예의바른 사람이 사랑받고, 주변 사람이 뭐라도 하나 더 도와 주려고 하는 것과 같이, 온라인 상에서도 최소한의 네티켓은 지켜 줘야 듣고 싶은 대답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서로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질문도 있으며, 영어가 딸리는데 아직 우리 말로 번역된 문서가 없는 경우도 있다. 혹은 너무 급한 상황이라 많은 문서를 일일히 읽어 볼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때는 정중하게 네티켓을 지켜 질문을 하면 대부분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게시판에서는 검색을 한번 더 해 보는 것 만으로도 나의 시간과 다른 리눅서들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화급한 일이 아니라면, 문서를 찾아 보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다. KLDP의 문서들이나, 혹은 당장 자기 앞에 놓인 컴퓨터를 켜고 man 이라고 쳐 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누군가의 경험과 지식이 담긴 문서들이 눈 앞에서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이다. 혹은 미처 생각 못했던 다른 부분에 대한 지식까지 얻게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이 이런 글을 써도 될 지 자문하게 된다. 아직 고수라 불릴 만한 실력도 아니고, 그러면서도 주위의 문서 하나 제대로 안 찾아보며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 것은 있어서 이런 글을 적지만, 아마 정확히 기억은 안 나도 처음에는 나도 그러했었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 한 분이라도 그런 실수를 덜 하시게 되길 바라 마지 않으면서..... 리눅스의 바다에 풍덩 빠지셔서, "Happy Linuxing" 하시길. ^_^

출저: http://kldp.org/node/67545